friendz.net Shelter 의 기획은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었습니다.
이 공간의 이야기를 하려면 리버브에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가 없어서 잠시…
현대의 뮤직 프로덕션은 대부분 잔향을 억제한 (드라이하고 데드한) 소리로 녹음을 하고
후반 작업에서 리버브 등의 이팩터를 통해 공간감을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실제 스피커와 마이크로 녹음실 화장실의 울림을 녹음했던 이래로
캐피톨 스튜디오 에비로드 스튜디오 골드스타 스튜디오 등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고
보다 사용이 편리한 플레이트 리버브의 등장을 거쳐
(1957 년 EMT-140 이 대표적이죠)
알고리즘 디지탈 리버브의 등장으로 보편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중화되는 수준의 제품은 Lexicon 224 라고 봐야할듯 합니다.)
제경우 녹음실 리버브로 처음 마주한것은 Lexicon 480L 인데
디케이 타임 바꾸겠다고 버튼 한번 눌렀다가…
함부로 만졌다고 엔지니어가 노발대발 했던…
(비싼장비니 이해는 하는데… 그럼 디케이 타임 정도는 알아들으셨어야죠…)
(그리고 그때 싸움을 말렸던 유명 가수분은 2002 년에 제 작곡가 데뷔의 프로듀서로 만나는 인연도…)
1997 년엔 IR (Impulse Response) 방식의 리버브가 등장하고
플러그인 쪽으로 넘어가서는 Audio Ease 사의 Altiverb 가 한번 충격을 주고
그 이후는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현장의 녹음을 재구성하는 방식
(UAD 의 Ocean Way Studios, Sound City Studios 등)
IR 데이타를 알고리즘으로 재구성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이나
(Fabfilter Pro-R2 나 Liquid Sonics 의 Fusion 엔진 등)
등이 활발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이야기의 시작은 Audio Ease 사의 Altiverb 를 처음 사용하면서 시작됩니다.
제가 처음 본 버전이 Altiverb 6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플러그인은 IR 을 샘플링한 공간의 사진과 360 도 풍경은 물론 위치까지도 알려줍니다.
그로인해 소리도 소리지만 제가 마치 그 공간에서 녹음한것같은 착각을 주는 경험을 하게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공간들을 직접 방문하고 거기서 녹음을 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게 되죠.
해외 여행을 할때 해외 녹음실을 구경할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든 들러보려고 하고 (민폐 죄송)
그외에 역사적인 시설이나 공간은 녹음은 못해도 직접 방문해서 박수라도 쳐보면서
(의외로 꽤 도움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막연한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다 2015 년 젠하이져에서 주최한 밴드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독일에 있는 한사 스튜디오를 이틀간 풀 부킹해주는 횡재가 생깁니다.
네 그곳에는 사용가능한 EMT-140 과 수많은 아웃보드들은 물론 제가 Altiverb 에서 너무나 애정했던
Meistersaal hall 이 실존하는 녹음실이었습니다.
젠하이져 측에서 저희 편의를 위해 한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의 작업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당연히 무조건 베를린으로 떠납니다. 😀
그리고 녹음 촬영은 다른 멤버들에게 맡기고 저는 그 이틀동안
전설적인 아웃보드와 공간의 IR Sampling 만 열심히…
(오죽했으면 녹음실에서 저혼자 찍은 셀카가 한장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흥미를 느낀 엔지니어분의 도움으로 음향적인 공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 여러가지 이유를 고려하여… 판사님 저는 하드를 날려서 관련 데이타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튼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나름대로 몇가지 제가 좋아하는 울림을 가진 공간에 대한 기준이 섰습니다.
- 대부분 기성 건축재 (합판, 석고보드 등) 의 마감이 아닌 원목 석재 콘크리트등의 마감. (불규칙한 밀도, 높은 질량)
- 최소 500 세제곱미터 이상의 체적.
- 스테이지는 벽과 벽사이의 거리가 최소 6 미터 이상.
그 외에도 몇가지 중요한 요소들은 있지만…
그리고 그렇게 첫삽을 뜨게 됩니다.
그동안 몇번의 작업실 녹음실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긴 했지만 엄밀히 그것은 ‘인테리어의 영역이었고,
건축의 영역으로 건물을 지은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찾아보면 음향을 위한 인테리어 관련 자료는 많이 있었지만 건축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기성재가 아닌 재료의 데이타는드물고 있더라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들어 콘크리트라는건 골재와 강도도 다르고 시공상의 차이도 큰데 자료는 모두 그냥 콘크리트…)
결국 직접 해보는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일단 두가지의 큰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보았습니다. 하나는 ‘저음 제어’ 이고 하나는 ‘반사음의 품질’ 입니다.
- 저음제어
이곳은 방음 시공방식과 소재에 따른 방음의 정도가 잘 나와있는 사이트입니다.
위의 사이트에서 가져온 두가지 방음벽의 방음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인데
(STC 수치가높을수록 방음이 잘됨)
방음벽이라고 해도 저음으로 내려갈수록 성능이 매우 나빠지는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STC45 를 가지는 10cm 두께의 콘크리트 벽과 STC48 값을 가지는 벽의 비교입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점은 콘크리트벽의 우수한 저음 제어 성능과 균일한 방음 특성입니다.
두께에 비해 높은 방음 성능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방음벽 시공방식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중음대역의 방음성능만 높인 형태입니다. 이 때 제어되지 않은 저음은 불필요한 공진을 야기시키고
특히 서로 거의 동일한 공진 주파수를 가지게 되는 석고보드나 합판같은 기성재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저음제어와 부수적으로 방음까지 생각했을때 콘크리트 벽은 꽤 좋은 선택지 입니다.
(사실 그 외에도 비교적 전 대역에서 균일한 반응성등 부수적인 장점이 많습니다.)
물론 콘크리트도 만능은 아니고 층간소음같은 직접 적인 타격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저는 약점을 없애기 위해 2 층이 없는 단층 구조의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기획을 합니다.
….
네 애초에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수익성 1 도 없는 비효율적인 건물인 것이죠.
…
2. 반사음의 품질
일단 벽이 세워지고 어떠한 형태의 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은 특유의 울림과 룸모드를 가지게 됩니다.
기존 작업실 공사를 할때는 Golden Room Ratio 라던가 다양한 비율과 모양을 참고해서 시도해 봤는데,
특정한 비율이나 구조를 가진 공간의 룸모드가 더 좋은 소리를 내어주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오히려 벽과 벽사이의 거리나 (천장과 바닥 포함) 전체 체적이 영향이 크다는 느낌이었고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몇가지 기준을 정해서 모양을 잡아갔습니다.
- 메인 스테이지는 6*9 미터 이상의 거리 (이것은 Meistersaal Hall Stage 의 폭과 Comb filter 회피 등등)
- 총 공기의양은 500 세제곱미터 이상을 목표로.
- 가장 짧은 벽과 벽 사이의 거리는 4.5 미터 이상. (층고 포함)
공연이 아닌 녹음을 위한 공간이라면 위의 조건만 만족해도 벽과 벽 사이 어떠한 공간에서도
쓸만하고 다양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물론 계산일 뿐이고 소스의 위치와 마이킹의 최적의 위치를 찾기위해선 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만…)
녹음을 위한 공간인데 흡음이나 내장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분도 계실텐데,
실제로 반사음이 늘어나서 명료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는 녹음에서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이고요.
(근접 마이킹 이라는 엄청난 기술이라던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좋은 요소를 제거한 잔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설사 잔향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인테리어적인 대처가 어렵지 않기도 하고요.
(현재까지도 흡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최종 모양을 결정해서 골조 공사를 시작했고, 골조 공사 자체는 순조로웠습니다.
공사 중간의 플러터 에코의 정도라던가 콘크리트 마감면처리와 코팅에 따른 소리의 변화라던가
온도 습도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보고 녹음해보고 등등…
예상치와 상당히 일치해서 놀라는 부분도 의외로 너무 변화가 커서 당황한 부분도 많았고…
바닥면은 마감 후 변한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세번의 재시공을 거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소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만 평활도와 마감품질이… ㅠㅜ)
그래도 바닥 콘크리트 강도가 소리에 끼치는 영향을 주는 데이타를 가진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꽤 의미있는 데이타를 얻었다고 생각하고요…
전기는 일단 서로 다른 두개의 변압기에서 끌어와서 테스트 해보고 더 나은쪽으로 선택….
하기위해 전봇대를 세우고…
(…)
선재도 몇가지 종류로 테스트 해보고 차단기도 테스트 해보고…
(뭐 배관 다시 묻는수준이야 가벼운 문제였고요…)
그 과정에서 현장 작업자들과의 갈등과 예상치를 아득히 넘어버린 공사기간과 예산…
처음이라 겪어야했던 시행착오 등등…
몇번이나 때려치고 싶었지만 그럴때마다 도와주는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으며
다시 힘을 얻어 작업을 이어가고…
그렇게 근 일년간 정말 끝이 날까 싶었던 프로젝트가 어찌어찌 대충 끝났습니다.
아직도 미완인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은 한 가득 이지만 컴퓨터 앞에서 작업해보며 생각했던 결과물을
맨땅에서부터 만들어내서 그곳에서 소리와 울림을 만들어낸 경험은 꽤 소중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중간중간 각종 테스트를 위해 고생해준
아티스트
한수정, 노주영, 김해인, 이로이, 박동휘, 이신우, 김건재, 김춘추, 최승원
님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라고만 끝내면 또 아쉬울 듯 하여…
완공 후 비어있는 상태에서 3 개의 마이크로 드럼을 테스트 했던 영상을 링크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울림의 차이도 크지만 저음의 제어의 차이도 확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